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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제발요.. 돈 대신 제 딸이라도 걸게요!” 결혼기념일 가족동반 해외여행에서 사고로 왼쪽 팔을 잃어버린 남편, 그날 밤 홀로 숙소를 빠져나가는 걸 몰래 쫓아가봤더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는데..

안녕하세요. 인천에 거주 중인 아들과 딸 하나씩 두고 있는 40대 여자입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남편에게서 용서해 달라며 한 번만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는 연락이 왔는데요. 미안한 마음이 손톱만큼도 안 느껴지는 대본 같은 말들을 더는 못 들어주겠어서 전화 번호를 바꾼 후에야 더는 연락이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한 달 전에 갔었던 가족동반 베트남 여행부터 시작되었는데요…

8월 17일이 결혼기념일인 저와 남편은 결혼 15주년을 기념할 겸 아이들과 함께 베트남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집안일을 하는 주부였고 남편은 주식으로 큰 수익을 내어서 더는 일을 안 해도 될 정도의 재산을 만들게 되었기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시험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고등학교 2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을 데리고 하노이로 4박 5일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8월 13일에 출국을 하기로 해서 이틀 전부터 무얼 챙길지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짐을 챙겼는데요, 남편도 같이 짐을 꾸리면서 자꾸 큰 가방이 필요 하다고 해서 저도 캐리어가 필요한 참에 함께 근처 마트를 방문했습니다. “이거 보다 더 큰 가방은 없죠?” 라며 자꾸 직원들에게 물어보는 모습이 조금 의아했지만, 남편도 첫 해외여행이라서 이것저것 챙겨가고 싶은 것 이라고 생각하며 웃어 넘겼습니다.

출국 당일 남편은 갑자기 중요한 미팅이 갑자기 생겼다면서 미리 예약해 놓은 오전 비행기가 아닌 오후 비행기로 오겠다면서 저와 아이들을 먼저 보냈고 함께 가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우리까지 일정을 바꿀 수는 없었기에 아이들과 먼저 베트남 땅을 밟았습니다.

“진짜 습하다.” “공기에 그냥 수분이 가득한데?” 아이들은 베트남에 도착하고 얼마 안 되어서 습도가 높은 공기에 적응하느라 고생했고 저도 습하고 더운 날씨가 낯설기만 했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남편이 예약해 놓은 호텔 숙소에 도착하자 짐을 알아서 옮겨주고 방도 안내해 주는데 정말 좋은 곳으로 온 게 느껴지더라구요. 저와 아이들을 처음 받아보는 극진한 대접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방을 배정받고 식사를 하기 위해 금방 호텔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로비에서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 보이더라구요.

“어라? 억만이 형수님 아니십니까?”
“어머? 안녕하세요? 이런 곳에서 다 뵙네요.”
고급 호텔 로비에서 만난 건 다름이 아닌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 현남씨였습니다.

현남씨가 해외에서 사업을 한다고 했는데 그게 베트남이었는지 저는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면서 반가워했습니다. 마침 점심 식사를 위해 나가는걸 들은 현남씨는 현지 가이드가 되어주시겠다고 자처하시면서 여러맛집을 소개해 주시면서 입맛이 까다로운 아이들을 위해서 인기가 많은 식당에 데려가주셨습니다.

“남편 없이 아이들 데리고 다니기 막막했는데, 정말 감사해요.”
“하하, 억만이 한테 입은 은혜를 생각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호탕한 성격의 현남씨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를 받으러 가더니 표정이 확 바뀌어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억만이는 언제쯤 도착하죠?”
“오후 비행기 탄다고 했으니까 저녁 되어서야 도착할 것 같네요.”
갑자기 초조해진 듯한 표정으로 묻자 저는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 싶었지만, 제 대답을 듣고 안심하는 모습을 보고 별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억만이가 도착하면 픽업해야 해서 일어나보겠습니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얘기를 더 나누다가 현남씨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놀란 듯이 일어나서 자리를 떴습니다. 저는 두 사람이 어지간히 친한 건가 싶으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남편이 오면 물어보기로 하고 아이들과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저녁이 되자 다시 식사를 하기 위해 로비로 나오자 남편과 현남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신 언제 도착했어?”
“어어? 방금 도착했어. 연락하려고 했는데 현남이가 얘기 좀 하자고 해서.”
제가 가까이 가서 말을 걸 때까지 못 알아차릴 정도로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 두 사람이 깜짝 놀라면서 저를 쳐다보는데 뭔가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저녁을 먹으러 가자며 일어났고 현남씨는 약속이 있다며 헤어지고 드디어 가족이 다 모여서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공기 엄청 습하지? 당신은 괜찮아?”
“이제 익숙하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해서 제가 놀란 표정을 짓자 그제야 뭐가 잘못됐다고 느꼈는지 농담이라고 하는데 별로 웃기지도 않아서 저는 다른 얘기를 꺼냈습니다.
“현남씨는 여기서 무슨 사업해?”
낮에 대화를 해봤지만 도통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서 물어봤더니 남편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얼버무렸습니다.
“돈 벌려고 이거저거 다 해봤다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네.”
그러다가 남편은 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현남씨랑 술 한잔 하겠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너무 늦지만 말라고 얘기한 후에 다시 아이들과 숙소로 돌아갔는데요, 2시간 뒤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나… 지금… 병원인데… 왼쪽 팔이 좀 크게 다쳤어…”
저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바로 남편이 있다는 병원으로 갔고, 도착해 보니 동창 분과 모르는 현지인이 남편 옆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 어떻게 된 건가요?”
“술집에서 제가 젊은 애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싸움을 중재하려다가 그만…”
보통 시비가 붙어도 팔이 절단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상대가 불량배 무리여서 도끼를 들고 다녔다고 했습니다. 저는 허전해진 남편의 왼쪽 팔을 보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가족끼리 온 여행 첫날부터 이런 큰 사고를 당하니 남은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는데 그 때 현수씨가 저와 남편에게 사과를 하시면서 자기가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이제 안심하시라고 했습니다.

“너도 이제 가족분들한테 붙어있어. 애들도 같이 왔잖아.”
“그래, 알았어.”
둘이서 계속 얘기를 주고 받다가 남편은 하루 정도는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 하기에 제가 옆에 있으려고 했지만 현수씨가 간호를 자처하며 아이들을 챙기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홀로 돌아가 아이들과 호텔에서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3일차부터 함께 다닐 수 있었고 여러 관광지와 맛집들을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편의 왼쪽 팔을 볼 때마다 아이들이 착잡해했지만 애써 남편이 웃으며 괜찮다고 하기에 아이들도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입국하기 하루 전날 밤, 이상하게 잠이 안 와서 누워만 있었는데 남편은 제가 잔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방을 빠져나가 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쫓아나갔고, 조심스럽게 호텔 밖으로 따라나가자 큰 검은 차와 함께 며칠 전에 보았던 동창분과 베트남 현지인이 기다리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 셋이서 같이 차를 타고 가기에 저도 바로 택시를 잡아서 쫓아갔습니다. 도착해 보니 엄청 큰 건물이 서있었는데 그 건물은 다름 아닌 카지노였습니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던 저는 택시에서 내린 후에 남편만 안으로 보내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현수씨에게 다가가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봤더니 당황한 얼굴로 실토했습니다. 사실 팔을 잃어버린 것도 여기서 돈을 잃어서 대금처럼 팔을 내준 것이고 출국을 따로 한 것도 그 동안 저축해놓은 돈을 출금하고 옮기느라 걸린 거라고 다 얘기했습니다.

심지어 주식으로 벌인 돈들도 이미 다 써버렸고, 현수씨에게 1억이나 빌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건 이번이 카지노 방문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들으면서 너무 기가 막혔지만 아직 완전히 믿지 못하겠던 저는 카지노 안으로 들어가 봤고, 거기에는 한쪽 팔로 열심히 도박을 하고 있는 남편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진 잘 봐봐요. 이거 제 딸인데, 돈 대신 딸이라도 걸게요.”
제가 뒤에 서있는 것도 모른 채 충격적인 말을 쏟아내는 남편을 보고 있자니 순식간에 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저는 거기서 난장판을 피우면 남편이 망신을 당하겠지만, 가족을 걸 정도로 망가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제 완전히 남으로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조용히 빠져나와서 새벽에 아이들을 데리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적금 통장과 주식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다는 것과, 아이들 대학 등록금으로 모아두었던 돈도 다 비어있는 걸 보고는 부아가 치밀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이혼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저는 아이들과 본가로 향했고, 몇 시간 동안이나 오던 남편의 전화를 받지 않은 채 문자로 이혼 하자는 말과 그나마 남아있던 생활비 및 따로 저축해둔 통장을 챙겨서 앞으로는 얼굴 볼일 없게끔 정리하고 남편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 후 일주일 동안이나 연락이 왔지만 받아주지 않았고 수신차단을 해도 아이들을 통해서 연락을 취하려고 하기에 저와 아이들 전부 전화번호를 바꾸고 어머니와 함께 장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무리 착실하게 살아와도 도박에 손을 대면 사람이 망가진다는 걸 배운 저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도록 매일매일 땀을 흘려가며 뒷바라지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제 사연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오늘도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시는 모든 부모님들을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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